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ㆍ날씨 추워지면 ‘말초동맥질환’ 조심

항상 좋아요. 2008. 11. 27. 06:34

[건강]팔·다리 저리고 통증…나이 때문이라고요?
입력: 2008년 11월 26일 14:15:11
ㆍ날씨 추워지면 ‘말초동맥질환’ 조심
ㆍ고령의 당뇨환자 유병률 높아 일주일 세번 걷기·금연 도움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은 혈관이 막혀 생기는 병이다. 이러한 혈관질환의 원인으로 알려진 동맥경화가 뇌에 생기면 뇌혈관질환에 걸리게 되고, 심장에 생기면 심장질환이 생기게 되는 것.

이 중 상대적으로 일반인에게 덜 알려진 것이 ‘말초동맥질환’이다. 말초동맥질환은 동맥경화가 뇌나 심장이 아닌 팔이나 다리에 생기는 병을 말한다. 팔보다는 주로 다리에 생기는 경우가 많은데, 심하면 다리를 절단해야 할 정도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이러한 말초동맥질환이 급증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방치시 조직괴사 및 다리 절단 위험 높아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에서 최근 3년간 말초동맥질환 환자 1247명을 조사한 결과, 2006년 213명에서 2008년(10월 현재) 560명으로 2.5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70대가 37%(463명)으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60대가 26%(322명), 50대 15%(181명), 80대 11%(133명), 40대 7%(85명), 30대 이하는 5%(63명)로 나타났다. 남성은 875명, 여성은 372명으로 남성환자가 여성의 2배가 넘었다.

이와 같은 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증가는 대표적인 위험인자인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흡연 인구의 증가와 관련이 있다. 고혈압은 우리나라 성인 5명 중 1명이 걸릴 정도로 흔하고, 서구화된 식생활로 인한 고지혈증도 점차 증가하는 추세이다. 당뇨병 환자는 말초동맥질환 유병률이 더욱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말초동맥질환 환자 중에서 증상이 없는 경우가 많고, 당뇨환자의 경우 말초신경병증에 의해 통증에 대한 감각이 둔화되어 있어 실제 유병률은 더욱 높을 것으로 예측된다.

무엇보다 이러한 말초동맥질환 환자는 날씨가 추워지는 9~11월에 집중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뇌혈관, 관상동맥, 말초동맥과 같은 혈관질환은 서로 높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관상동맥질환자가 말초동맥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는 약 30% 정도이며, 말초동맥질환이 있는 환자가 관상동맥질환을 동반하는 경우는 30~50%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말초동맥질환자의 주된 사망원인 또한 심혈관계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말초동맥질환자가 이 시기에 증가하는 것은 심혈관계 질환이 날씨가 추워지는 시기에 많이 발생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이와 같이 말초동맥질환은 유병률이 높고 심혈관계 사망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음에도, 관상동맥질환을 가진 환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동맥경화의 위험인자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외국의 보고에 의하면 말초동맥질환을 가진 환자의 약 10~30%에만 간헐적 하지파행 등의 전형적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진단율이 낮고, 말초동맥질환으로 진단된 경우에도 적절한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절반을 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의 환자, 특히 당뇨를 동반한 경우 유병률이 매우 높기 때문에 말초동맥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장·노년층 호발, 팔다리 저리고 아프면 의심

말초동맥질환은 골반에서 대퇴부, 종아리, 족부에 이르는 하지의 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서 하지에 공급되는 혈류가 감소함으로써 나타난다. 초기에는 증상이 없다가, 조금씩 일정한 거리를 걸을 때 하지 근육에 통증이 유발되다가 휴식을 취하고 난 뒤에는 증상이 가라앉는 파행이 나타난다. 움직이는 데 필요한 산소와 에너지원이 막힌 혈관 때문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기 때문. 그러다 병이 진행되면서 증상이 나타나는 거리가 짧아지고, 안정시에도 하지의 통증이 지속된다.

초기에는 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 협착층, 관절염 등의 증상과 유사해 척추관절 질환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많다. 정확한 원인을 진단하지 못하고 방치할 경우, 하지 절단 등의 심각한 상태로 악화되기 쉬우므로 평소 증상을 잘 살피고 주의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운동이 예방에 도움

치료는 증상에 따라 다르다. 경증의 경우에는 규칙적인 운동과 약물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중증 이상의 보행성 파행이나, 다리의 허혈성 궤양, 괴저(壞疽)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혈관 중재술이나 우회로 수술 등을 통해 막힌 혈관을 뚫거나 다른 길을 열어 팔다리로 가는 혈류를 확보해야 한다. 주로 스텐트라고 하는 기구를 삽입해 좁아진 혈관을 넓히거나 다른 부위의 정맥이나 인공혈관을 이용, 혈액이 통과할 수 있는 다른 길을 만들어주는 방법을 사용한다.

말초동맥질환의 예방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흡연,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을 줄이는 습관이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말초동맥질환에 걸릴 위험이 20배 이상 높다. 게다가 말초동맥질환자 중 흡연자의 10년 생존율은 46%인 데 반해, 금연자는 82%로 2배 가까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예방과 치료를 위해서도 금연은 필수이다.

또한 적당한 운동이나 식이요법을 통해 고혈압과 고지혈증, 복부비만을 교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말초동맥질환자는 다리, 팔이 아프고 오래 걷지 못한다는 이유로 운동을 소홀히하기 쉬운데, 이는 혈압, 혈당, 비만 등 성인질환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쉽다. 1주일에 30분씩, 세 번 정도 걷기 등 유산소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저용량의 아스피린을 꾸준히 복용하는 것도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연세대 의대 영동세브란스병원 심장혈관센터 민필기 교수는 “허리나 관절에 이상이 없는데 다리 저림이나 통증 등 말초동맥질환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을 찾아 정밀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