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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타민제가 암·혈관질환 예방 ?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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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12. 16. 07:34
비타민제가 암·혈관질환 예방 ? X
“뾰족한 효과 없다” 미국서 연구 결과 잇따라
임신 땐 엽산, 흡연 땐 비타민B·C 복용 도움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비타민과 약처럼 복용하는 비타민 보충제(비타민제)를 동일시하는 것은 곤란하다. 건강에 누가 될 수 있다.
햇볕을 받으면 몸 안에서 만들어지는 비타민 D를 제외한 대부분의 비타민은 음식을 통해 섭취하게 돼 있다. 체내에서 합성되지 않아서다. 편식·식욕 부진 등으로 비타민 섭취가 부족하다고 여기는 사람이 대안으로 우선 고려하는 것이 비타민제다.
비타민제를 복용하면서 암·심장병 등 성인병의 예방·치료까지 은근히 기대하는 사람이 많다. 과연 비타민제가 이들의 바람을 들어줄까?
 ◆암에 대한 효과=건국대병원 가정의학과 오승원 교수는 “암의 발생에 염증 반응이나 산화 스트레스(유해 산소)가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암을 예방하고자 하는 사람이 베타 카로틴·비타민 C·E 등 항산화(유해산소를 없애는) 비타민에 주목하는 것은 이래서”라고 말했다.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협회(AACR)에선 약 1만5000명의 남성 의사를 대상으로 비타민 C와 E(보충제 형태로)의 암 예방 효과를 10년간 추적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이 연구의 결론은 ‘암 발생률을 낮추는 데 뾰족한 효과가 없었다’는 것이었다.
10월엔 실망을 넘어 두려움까지 안겨줬다. 비타민 E와 항산화 비타민인 셀레늄(보충제의 형태로)의 암 예방 효과를 밝히기 위해 3만5000명을 동원한 대규모 연구였다. 암 예방엔 별 도움이 안 되고 암·당뇨병 발생 위험이 약간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연구가 중단됐다.
 ◆‘혈관 질환 예방과 무관’=비타민 C·E 등 항산화 비타민은 동맥경화나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는 LDL 콜레스테롤의 산화를 막아 혈관질환의 예방·치료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여기에 찬물을 끼얹는 연구 결과가 지난달 12일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 실렸다. 미국의 브리검 앤 우먼스병원 연구진은 1만4641명의 남성 의사를 대상으로 비타민 C 500㎎과 비타민 E 400 IU(국제단위)를 매일 8년간 복용했을 때의 효과를 살폈다. 비타민제 복용자의 협심증·심근경색·뇌졸중·심부전 발생률이 비복용자보다 특별히 낮지 않았다.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윤종률 교수는 “항산화 비타민제로 암·심장병 등 성인병을 예방·치료하기엔 역부족”이며 “비타민제는 섭취가 부족한 비타민을 채워주는 건강기능식품 정도로 인식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비타민제 대신 채소·과일 등 식품을 통해 비타민을 섭취하면 암·혈관 질환 예방에 유효할 것으로 예상한다.
채소·과일 등을 먹으면 특정 비타민에 의한 ‘단독 작전’이 아니라 다양한 비타민·식이섬유·미네랄·유기산 등이 총동원된 ‘합동 작전’‘성인병 포위 작전’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비타민제가 필요한 사람=균형 잡힌 식사를 하는 사람은 따로 비타민제를 복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비타민제 복용이 득이 되는 사람도 있다. 경희대의대 생리학교실 진영호 교수는 “임신 중이거나 모유 수유를 하는 여성은 최우선 복용 대상”이며 “이들은 엽산·비타민 B6·A 등을 섭취하는 것이 좋은데 비타민 A의 과다 섭취는 태아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용량 조절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모유를 먹지 못한 신생아는 비타민 D·K가 부족할 수 있으므로 소아과 의사와 상담해 비타민제를 고른다.
과도한 음주·흡연·다이어트·스트레스에 빠진 사람은 비타민제 복용 대상이다. 음주·흡연을 하면 섭취한 비타민 B·C가 파괴되거나 흡수가 잘 안 된다. 섭취한 비타민 C의 절반가량이 흡연으로 인해 소모된다.
음식 섭취가 부실한 노인은 비타민 C·D·엽산·칼슘 등의 섭취가 부족해지기 쉽다. 이런 영양소가 든 비타민제나 종합 영양제 복용이 바람직하다.
◆복용시 주의할 점=비타민제 복용은 특정 비타민을 한꺼번에 많이 먹게 되는 것을 뜻한다. 조금 과하게 복용해도 비교적 안전한 비타민은 수용성인 비타민 B·C 정도다. 그러나 비타민 A·D·E·K 등 지용성 비타민은 복용시 적량을 초과해선 안 된다. 이들이 지방조직·간에 쌓여 과잉증을 유발할 수 있어서다. 특히 노인이나 간기능이 떨어진 환자가 지용성 비타민을 과다 복용하면 피로·두통·설사·간기능 장애 등이 일어날 수 있다.
혈액검사 등을 통해 비타민 D·B6·B12·엽산 등의 부족·과잉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최희정 교수는 “비타민 B6·B12·엽산이 부족하면 동맥경화·심장병의 원인 중 하나로 알려진 호모시스테인의 혈중 농도가 올라갈 수 있다”며 “칼슘의 체내 흡수를 돕는 비타민 D의 결핍은 골다공증을 부른다”고 조언했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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