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방/시사고전

현명한 아버지

항상 좋아요. 2009. 5. 29. 19:23

內無賢父兄 하고 外無嚴師友요

而能有成者는 鮮矣니라.

집안에 현명한 부형이 없고

밖에 엄한 스승과 벗이 없이

능히 성공하는 사람은 드물다.

-呂滎公 -

일요일 여행을 갔다 돌아오는 길에 학부형과 통화를 할 일이 있었다.(나는 과외선생이다) 학생의 사정으로 못한 수업이 있었는데 언제 보충을 할 지 의논했다. 요즘 아이들 스케쥴이 만만치 않아 보강 날짜 잡는 것도 쉽지 않다. 아이의 스케쥴을 꼼꼼하게 차고 관리하는 학부형의 모습을 본 아내는 아직 있지도 않은 아이 걱정을 한다 '나는 저리 못한다. 니가 다 해라. 나중에 아이 유치원 행사도 니가 찾아가고 초등학교 자모회도 니가 다 가라.' 나는 사람 만나는 것도 좋아하고 아이를 가르치는 입장이라 보통사람들보다 아이의 학습이나 행동을 더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다. '그래 내가 다 하마' 라고 답은 했다.

 

 

'현명한 아버지가 아이의 미래를 바꾼다'는 우리 역사 속 위인들 중 아버지로서 자녀 교육에 모범이 되는 9분의 이야기다.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다산 정약용, 백범 김구, 충무공 이순신, 방촌 황희, 연암 박지원, 백사 이항복, 토정 이지함 이다. 꼭 이 책이 아니더라도 한 번씩은 다른 책들로 접한 분들이라 내용이 어렵지 않고 쉽게 넘어간다. 위인들의 일화나 교육방법 등을 보여주고, 저자가 몇 가지 생각해야 될 점들을 정리한다. 몇 가지 살펴보자.

 

 

준비된 아버지 율곡의 태교법 - 태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산부의 마음가짐이다. 맘 편한게 최고다. 여자에게 시댁보다 친정이 편한 것은 만고의 진리다. 율곡의 아버지 이원수는 아내가 친정에서 편하게 태교와 출산, 양육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이 장은 율곡의 태교법이 아니라 율곡의 아버지이자 신사임당의 남편인 '이원수의 태교에 대한 배려'다

 

가족이 중심이 된 퇴계 - 조선 최고의 유학자인 퇴계가 중히 여긴 것은 유학자로서의 가치가 보다 가족이었다.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는 둘째 부인 권씨와의 일화가 그렇고, 아들에게 보낸 많은 편지에서 아들의 공부뿐만 아니라 집안의 대소사까지 꼼꼼하게 챙긴다. 유학의 가르침 그대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 맞게 적용하는 유연한 사고를 지녔다. 정혼만 하고 둘째 아들이 죽자 둘째 며느리를 재가를 시키다. 의를 중시해 열녀를 가문의 영광으로 여기던 조선 시대에 그러기는 쉽지 않았을거다.

 

백범의 일과 가정 양립하기 - 큰 일을 하는 사람이 세상 만사에 관심을 두기는 쉽지 않다. 나라가 어려울 때 나라을 위해 몸바친 사람이라면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아버지의 자녀 교육이 꼭 살을 맞대고 직접 멘토링하면서 부대끼는 것만은 아니다. 물론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더 좋겠다. 백범은 자신의 행동으로 아들에게 모범이 되고 많은 부분을 함께 할 수 없음을 안타깝게 여겨 두 아들을 위해 '백범일지'를 남긴다. 백범의 일과 가정 양립이 아니라 오히려 가족의 희생이 많이 따랐다.

 

대화의 달인 방촌 - 대화를 잘 하는 것이 자신으 입장을 대변하면서 말을 잘 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그에 맞게 응수하는 것이 대화를 잘 하는 것이다. 집안의 계집종까지 시비를 가리기 위해 방촌에게 찾아온다. 계집종까지 찾아 와 시비를 가릴 정도면 방촌이 그만큼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신분을 내세워 억압적인 분위기를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들이 문제가 있을 때, 의문점이 있을 때 무조건 이끌기 보다는 이야기를 들어주자. 아이는 뭐가 문제인자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는지 이미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아버지께 확인하고 그 확인으로 자신의 실천에 힘을 싣기  위함이다.

 

 

아들에게 직접 아주 작은 일까지 멘토링하는 아버지가 있고 자신의 올곧은 행동으로 모범을 보이면서 자녀에게 영향을 미치는 아버지가 있다. 방법의 차이는 있지만 우리가 누구를 가르치기 위한 기본은 스스로 모범이 되어야한다. 9분의 위인은 스스로에게 엄격했고 모범이 되었던 분들이다. 지금 우리 부부는 아이를 갖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몸이 건강해야 하고, 마음이 올곧아야한다. 그리고 아이를 사랑만으로 가르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공부해야한다. 우리 집 벽 한쪽에 사진 액자들 속에 흑인 꼬마의 사진이 있다. 굿네이버스 자매결연한 친군데, 아내는 '나중에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가 좋은 부모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여러 방법들 중에 하나다. 정말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