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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삿갓의 해학

항상 좋아요. 2009. 6. 29. 06:07

                     

 

 김삿갓의 해학

김삿갓'이 어느 집 앞을 지나가는데,

그 집 아낙이 설거지물을 밖으로 휙~ 뿌린다는 것이 그만 '김삿갓'에게 쏟아졌겠다.


제가 뿌린 구정물을 지나가던 客이 뒤집어썼으니 당연히 사과를 해야 마땅하련만,
'삿갓'의 행색이 워낙 초라해 보이는지라...

 

이 여인네 제 잘못을 알면서도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냥 돌아서니
행색은 그러하나 김삿갓은 양반의 후예(後裔)이고 자존심 있는 남자 아니던가?


그래서 '삿갓'이 한마디 욕을 했단다.
하지만...'삿갓'이 누군가?


쌍스런 욕은 못하고 단지 두 마디...
"해. 해."(
해 = 年)


그러니 "해. 해" 면 '年'字가 2개이니
2年[이년]일까? 아니면 두 번 연속이니 雙年일까?

허 허 허...

                                                                   

  처녀 뱃사공과 김삿갓       

 

풍류시인(風流詩人) 김삿갓이 전국을 다닐 적에...

어느지방 江을 건너려구 처녀 뱃사공이 노젓는 배에 올라타서 하는말.

 

" 여보 마누라"  하고 부르니 깜짝놀란 처녀 뱃사공이

" 어째서 내가 댁의 마누라란 말이요?" 하고 물었다.

 그러자 김삿갓이 " 당신 배(?)에 올라 탓으니 내 마누라지."

 

이윽고 강을 다 건너서 저 만큼 가는 김삿갓에게 처녀 뱃사공이

" 아들아..."  하고 부르니.

 깜짝 놀란 김삿갓이 "내가 어찌 처녀의 아들인가? " 물으니

 

처녀 뱃사공 하는말.

" 내 뱃속에서 나갔으니까, 내 아들 아닌감..."

 

허허허...김삿갓 웃음지며...

"헉! 딴은 맞는 말일세 그려." 

                                                                                                      

                                                                                 

 고약한 친구집에서 있었던 일

 

삿갓이 문전걸식하며 팔도를 유랑하던 중 경기도 양평 땅을 지나치게 되었다.
마침 양평에는 전부터 약간 면식이 있는 친구가 사는 곳이기도 해서
친구의 얼굴이나 한번 보고 갈까 싶어 찾아가니

마침 사랑채에 혼자 낮잠을 즐기고 있는 것이었다.

달콤하게 즐기는 오수(午睡)를 방해한 것 같아 미안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안보고 지나치면 또 언제 들릴지 몰라 무턱대고 들어가 친구를 깨워

이런 저런 그간의 얘기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다 된 듯 했다.

삿갓도 내친 길이니 때도 그런고로 점심이나 한끼 때우고 갈참으로 죽치고 있는데,

밖에서 친구의 부인인 듯한 아낙의 목소리가 들린다.
"인량복일(人良卜一) 하오리까?"
그러자 같이 있던 친구가 문도 열지 않고 밖으로 하는 말이
"월월산산(月月山山) 커던" 하면서 맞대꾸를 하는 것이 아닌가!


삿갓이 가만이 들어 보니 이것들이 파자(破字)로 대화를 하는 데,
'人良卜一'을 合字하면 사람 人 아래에 어질 良 놓으면 밥 식(食)자가 되고
점칠 卜 아래에 한 一을 받치면 윗 상(上)자가 된다.
그래서 "밥상 올릴까요?" 가 되는 것이다.

이에 친구의 대답인 '月月山山'은
달 月을 옆으로 나란히 놓으면 벗 붕(朋)이 되고
뫼 山을 아래로 겹쳐 놓으면 떠날 출(出)이 되므로
결국 "친구가 떠나거든..." 하는 말이 된다.

파자놀이라면 당대의 내로라하는 삿갓 앞에서 어설픈 짓거리를 했으니...
하는 짓거리를 보자하니 하도 어이없어 삿갓이 맞장을 치며 하는 말,
"정구죽천(丁口竹天)하구나." 이라고 하였는데 이를 합자해 보면,


고무래 丁 안에 입 口 넣으면 그러할 가(可)자가 되고
대나무 竹 아래에 하늘 天을 붙이면 웃을 소(笑)가 된다.
한마디로 "가소롭다. 즉, 웃기고 있구나."하는 말이다.
-  어릴 요(夭) 자가 되어야 하지만 파자놀이에서는 비슷한 天 자를 씀 -

삿갓은 자리를 털고 일어서며 '간다 온다' 말 한마디 않고 집 밖으로 나와 버렸다.
오랫만에 일부러 찾아 본 친구에게 이럴수가 있을까?
아마도 그 때도 지금 이 시대처럼 위에서는 도둑질하기 바쁘고,
사람들은 제 몫 챙기기에 혈안이 되어 있었나 보다.

                                                                                                 

경솔한 김삿갓

함경도 어느 마을에 글재주가 뛰어난 노처녀 곱단이가 살고 있었다.

하루는 짓궂은 마을 선비가 김삿갓과 곱단이의 글 내기를 주선했다.

그래서 서로 만나 밤이 깊은 줄 모르고 글짓기를 하다가

결국 둘은 정이 들어 잠자리를 하게 되었는데…

잠자리에 들어 남녀 간 일을 치르기 직전 김삿갓은 깜짝 놀랐다.
‘아니 처녀가 이럴 수가 있을까? 노처녀라서 그런가?’
일어나 담배를 물고 지필묵을 들어 이렇게 썼다.

毛深內闊必過他人(모심내활필과타인)

  <털이 깊고 속이 넓으니 반드시 다른 사람이 지나간 자취로다.>

 

이렇게 써놓고 여전히 입맛만 다시면서 한 숨을 내쉬고 앉아 있었다.

신랑의 그러한 행동에 신부가 의아해 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고

신랑이 일어나는 바람에 원앙금침에 홀로 남아 있던 신부는 첫날 밤 부끄러움에 감았던

눈을 살며시 뜨고 김삿갓이 써 놓은 화선지를 살펴보고는...

 

고운 이마를 살짝 찌풀이듯 하더니 이불에 감싼 몸을 그대로 일으켜 세워

백옥같은 팔을 뻗어 붓을 잡더니 그대로 내려쓰기 시작했다.


後園黃栗不蜂坼(후원황율불봉탁)
溪邊楊柳不雨長(계변양류불우장)

  <뒷 동산에 누렇게 익은 밤은 벌이 쏘지 않아도 벌어지고,

    시냇가에 수양버들은 비가 오지 않아도 잘 자란다.>

글을 마친 신부는 방긋 웃더니 제 자리로 돌아가 눈을 사르르 감고 누었다.

신부가 써 놓은 글을 본 김삿갓은 잠시 풀렸던 흥이 다시 샘 솟으며

신부를 끌어안지 않을 수가 없었으리라.

 

자기의 처녀성을 의심하는 글월도 글월 이거니와 이에 응답하는 글 역시 문학적으로

표현해 놓았으니 유머도 이쯤 되면 단순히 음담패설 이라고 하지는 못할 것이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