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방/漢字 이야기

]<746>剛毅木訥이 近仁이니라

항상 좋아요. 2009. 10. 14. 21:18

‘논어’ ‘(자로)’에서 공자는 자체가 곧바로 은 아니지만 에 가깝다고 했다. 은 의지가 강해 물욕에 휘둘리지 않는 일, 는 기가 강하고 과단성이 있는 모습, 은 나무 그대로처럼 (질박)한 것, (눌)은 말수가 적음을 뜻한다.

중국 서부 실크로드의 투루판에서 화염산으로 향하는 길에 아스타나 고분군이 있다. 이곳에는 (고창국)의 후예로 당나라 태종 때 중국에 복속하여 (장씨) 성을 가진 이민족 귀족이 묻혀 있다. 무덤의 벽화에는 (옥인) (금인) (석인) (목인)의 네 인물이 부조돼 있는데 현지에서는 인간의 일생을 단계별로 표현한다고 해설한다. 하지만 필자가 수상록에서 이미 밝혔듯이 의 입에 세 번 끈이 감겨 있고 그림(신언인·말을 삼간 사람)이라 적혀 있음을 보면 현지의 해설은 따르기 어렵다.

, 곧 은 ‘공자가어’에 나오는 (함구) 고사에서 따온 것이다. 공자가 (주)나라로 관광 가서 태조 (후직)의 사당에 들어갔는데 오른쪽 계단 앞에 서 있는 의 입에 끈이 세 번 둘러 있고, 등에는 ‘옛날의 신언인이다’라고 쓰여 있었다. 뒷날 입 다물고 말하지 않는 것을 함구라 했다. 곧, 은 말을 삼가는 의 덕목을 형상화한 것이다. 이로부터 , , 은 각각 의 인간, 의 인간, ()의 인간을 상징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아스타나 고분 벽화의 , , , 은 ‘논어’에서 말한 에 가까운 덕목을 형상화했다.

공자는 ‘(학이)’에서 “말과 안색을 교묘하게 꾸미는 사람 치고 어진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교언영색)과 은 서로 상대되어 구별하기 쉽거늘, 우리는 자주 그 분별을 그르치고는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