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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안초역사

항상 좋아요. 2013. 12. 6. 06:39
 
▲ 1920년대초 진안서공립보통학교.
 

진안초등학교(교장 박병래)의 얼굴은 학생 오케스트라다.

박병래 교장은 부임한 뒤 “진안초 하면 연상되는 게 뭘까”를 고심했다. 소외지역에 가까운 진안초 학생들의 문화적 감수성을 깨워주기 위해 창단된 학생오케스트라가 대안. 2012년 첫 발을 디딘 학생오케스트라는 벌써 진안의 축제는 물론 행사장에 초청되는 귀한 손님이 됐다.

△ 여성 인재 앞장선 진안초

개교 102주년을 맞는 진안초는 졸업생이 2~10명 안팎인 진안연장·진안서·진안남(반월)초교가 합쳐진 학교다. 가장 많은 학생들이 오가던 진안초는 1만 2128명(2월 기준)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현재 전교생이 330여 명에 그친다.

진안초의 흥망성쇠(興亡盛衰)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지만, 향토사학자 최규영씨(47회)가 팔소매를 걷어부친 끝에 올해 ‘진안초등학교 100년사’가 발간됐다. 100주년 기념 행사 때 맞춰 출간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자료 수집이 어려워 2년이 꼬박 걸린 셈이다. ‘100년사’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그 당시 시대상을 보여주는 사진들이다. 전 군민들이 모여들어 축제처럼 열린 운동회, 삼삼오오 달뜬 표정으로 떠나는 소풍길, ‘경범죄 처벌법 준수하여 명랑 사회 이룩하자’는 팻말을 들고 나서는 질서유지 캠페인 등은 지금은 생경한 장면들이다.

  
▲ 일본 태평양전쟁시절 학급사진

진안초는 일찌감치 여학생 반을 따로 만드는 등 시대를 앞서간 학교이기도 했다. 송남오 전 진안부군수(39회)는 “광복 후 학업을 다시 시작한 학생들로 인해 콩나물시루 같은 교실에서 공부했다. 그 가운데 여자반이 따로 있었다”고 기억했다. 이재명 진안문화원장(54회)도 “여학생들은 그러나 여자라는 이유로 집안일을 도맡아 하면서 학교를 다녔다. 그 억척스러움이 오늘날 대한민국의 위대한 아줌마, 위풍당당한 어머니를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 정계·교육·문화계 동문기반 탄탄

  

 

  

진안초의 자랑스런 동문은 이옥동 전 국회의원(24회)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 전 의원은 일본 유학생 시절 항일운동을 하다가 체포 돼 전주형무소에서 옥고를 치르는 등 시대정신을 보여준 지식인으로 4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다. 스물일곱에 국회의원 뱃지를 단 전휴상씨(35회) 역시 3선 국회의원이라는 보기 드문 영광을 누렸으나 일찍 운명을 달리 해 아쉬움이 적지 않다. 둘 다 39회 동기로 진안부군수를 거친 송남오씨와 반상석씨(전 정읍부시장)도 진안초의 든든한 조력자다. ·

진안초 총동문회장을 맡고 있는 윤석정 국제해운 대표(39회)는 목포해운항만청장을 지낸 공직자이나 이운룡 전 중부대 교수(40회)와 함께 문화계 인사로 분류된다. 윤 대표는 이 전 교수와의 인연으로 지역 문화계에서 보기 힘들게 통 큰 메세나를 지원, 국제해운문학상을 제정해 귀감을 사고 있다.

도내 최초로 여성 교육장을 한 김정자 전 진안교육장(43회)의 배출은 여성 인재 배출에 앞장서온 진안초의 자랑이며, 육군사관학교 출신 정충열 육군 준장(59회) 역시 진안초의 또 다른 자부심이다. 모교 출신으로 진안초 교장을 지낸 김창현씨(46회), 진안초에서 교장을 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는 성귀자(47회)씨도 교육계 인맥이다.

△ 수업 혁신으로 힐링 프로젝트

진안초는 혁신학교가 아니다. 그럼에도 수업 혁신이 이뤄진다. 전북교육청이 지난해 진안초를 JB초등교육과정 우수학교 1위로 지정한 이유다. 교사들의 자발적인 수업 혁신은 이제 학생·학부모·교사 모두가 함박웃음을 짓게 만들고 있다. 다른 학교에서 1~2회에 그치는 공개수업을 5회까지 늘려가며 시작한 것은 교사가 아닌 학생 관찰. 부모의 이혼으로 짜증이 잦거나 학업에 산만한 학생들이 교사들의 노력으로 밝아지고 수업에 열의를 보이는 건 기분 좋은 변화다.

학생 위주로 시작된 독서·토론·논술교육은 교사에게까지 확대됐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이로 인해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일부터 수업 혁신을 고민하는 일까지 공유하게 됐다. 오케스트라 불모지에 탄생된 진안초 학생오케스트라는 진안초의 명물이다. 20일 제2회 정기연주회를 앞둔 오케스트라 학생들은 매주 지휘자 이일규씨의 지휘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박병래 교장은 “학생들이 노력한 1년의 결실”이라면서 “진안에 싹을 띄운 오케스트라가 잎이 무성해져 지역에 행복이라는 열매를 맺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