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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장면? 짜장면?

항상 좋아요. 2008. 12. 26. 06:28

 

 

^자장면일까요? 짜장면일까요? 자장면의 원적(原籍)은 한국일까요? 중국일까요? 중국음식점에 갈 때마다 누구라도 한 번쯤 품어 보는 의문인데요, 설 연휴 기간동안 저는 중국 소수민족을 연구한 한 인류학자의 흥미로운 책을 읽고 다소나마 의문을 풀 수 있었답니다. 저자는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한 뒤 생계 때문에 김치박물관에 취직했다가, 음식의 문화인류학적 조망에 흥미를 갖게 돼 아예 그 길로 뛰어든 파란만장한 이력의 주영하(한국정신문화연구원 한국학 대학원 조교수)씨.  <중국, 중국인, 중국음식>(책세상,2000)이라는 얇은 페이퍼 백이 바로 그 책인데요. 자장면의 명칭과 유래가 흥미롭게 기술돼 있어 잠시 소개합니다.

^우선 지은이는 중국요리가 이름마다 조리법을 표기하고 있다는 상식에 근거해 명칭의 기원을 따집니다. 중국요리명에는 대개 炒(chao; 볶다), 煎(jian; 기름에 지지다), 火考 (kao: 굽다), 炸(zha; 기름에 튀기다)등이 표시돼 있어 그 조리법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어사전을 찾으면 '자장면(酢醬麵) - 중국식 국수요리의 한가지로 고기와 채소를 넣고 볶은 중국식 된장에 국수를 비벼먹는 음식' 으로 정의돼있습니다. 여기서 자장면의 조리법을 알 수 있는 키워드는  '酢' 자로 우리말로는 '초'와 '작' 두가지 발음을 갖고 있지요.  '초(ci)'로 읽을 경우 자장면은 '신맛이 나는 음료를 넣은 국수',  '작(zuo)'으로 읽을 경우, '술을 권하는 장면' 으로 풀이됩니다. 어느 쪽도 '자장면'의 조리법과 ' 酢' 자의 연관성이 없다는 것이 저자의 견해입니다.
^따라서 지은이가 내린 결론은 '酢醬麵'은 '돼지고기와 면장 등을 볶아 만든 음식인 '炸醬麵'의 오기라는 점입니다. 혹시 중국 여행을 하다가 '자장면'을 먹을 수 있을까하고 메뉴에서 '炸醬麵'(zhajiangmian)을 시켰더니, 된장을 기름에 볶아 차가운 국수 위에 올리고 오이를 썰어 얹은 볶음 된장국수가 나와 실망한 분이 있을 지 모르겠네요. 그러나 저자는 베이징 시내의 한 식당- 싱하이식당(星海餐廳)이라는 곳에서 우리의 '자장면'과 거의 같은 조리법을 가진 zhajiangmian 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지루하지만 잠시 조리법을 소개하자면, 로스용 돼지고기, 마늘 다진것, 파, 설탕, 고기국물, 밀가루로 만든 면장(麵醬)을 주재료로 '자장'을 만듭니다. 냄비에 기름을 두른 후 돼지고기를 넣고 술을 한 숟갈 넣으면 불이 붙는데  이때 면장을 넣고 마늘즙, 고기국물, 설탕 등을 넣는 것으로  이는 '자장면'과 요리법이 거의 일치한다는 것입니다. 주방장에 따르면 그 조리법의 전통은 100년이 넘는다고 하니 자장면의 원적은, 국어사전의 정의대로 중국이 확실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중국의 zhajiangmian은 한국으로 넘어오면서  변형을 거칩니다. 우리에게 zhajiangmian 이 유입된 것은 1883년 인천 개항 당시로 중국인 노동자들이 인천에 대거 정착하는 과정에서 국수에 춘장(베이징 오리고기를 먺을 때 소스장으로 나오는 것)을 비벼 먹은 것을 시초로 보고 있습니다. 이후 zhajiangmian 은  날로 인기를 얻어갑니나. 특히 중국 공산화 이후 화교들의 무역이 불가능해졌고 너도나도 중국식당사업에 뛰어들며 주력상품이 된거죠. 1948년 332개였던 중국식당이 1972년경에는 2,454개로 늘었고 그중 대략 80%를 화교들이 운영할 정도가 됐는데 박정희 정부가 1974년 화교에 대해 교육권과 재산권을 박탈, 화교들이 떠나면서부터 주도권이 한국인들에게 넘어옵니다. 화교들들이 운영하던 중국집에서 조수나 배달원으로 운영하던 한국인들이 직접 중국집을 차리기 시작하며 현재 '자장면'의 틀이 갖춰지게 되는 거죠. 양파를 주된 재료로 썼던 zhajiangmian은 양파값이 오르면서 감자나 당근이 들어갔고, 검은색이 나고 단맛을 낼 수 있는 캐러맬을 추가돼 오늘날 맛볼 수 있는 '한국식 자장면'이 탄생했다는 것입니다. 

^'자장면'이 맞냐 '짜장면'이 맞냐며 저자거리에서 자주 논란이 되고 있는 표기법은 어찌해야할까요?  일반인들 100명에 99명은 친근한 '짜장면'을 선호하겠지만 1980년대 국어학자들이  한국어의 언어순화를 위해 된소리를 되도록 쓰지 말자는 주장때문에  '자장면'으로 바꾸었다는 설명입니다. 다소 폭력적이죠. 어쨌든 저자에 따르면 중국식 zhajiangmian 은 특히 산둥 사람들이 주류를 이뤘던 당시 화교들의 발음을 고려해볼 때 한국인들에게 '짜장면'으로 들렸을 것이며 그것이 일상화되면서 '짜장면'이 유일한 표기로 우리에게 정착될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어쨌든 우리는 자장면이 지니고 있었던 본래 내용마저 잊어 버렸을 뿐 아니라 zhajiangmian 을 아예 '초장면(酢醬麵)'으로 만들어 버렸으니 오해도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말이지요.  현지화(localisation)에 성공한 음식의 대명사 '자장면'의 원적을 따지는 것보다는 맛있는 자장면집을 소개해주는 편이 훨씬 유용할 것이지만 우리와 이래저래 떼어놓을 수 없는 자장면의 내력을 알고 먹는다면 식탁이 더 즐겁지 않을까해서 소개해봤습니다. 흠. 제가 웃기는 짜장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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