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골 산 산지기 -동상수상작- “어휴! 쓰레기 산이네. 깨끗한 산도 많은데 이런 산을 왜 올라가?” 아내는 나를 따라 산을 오르며 못 마땅한 듯 투덜댄다. 하기야 산 입구부터 쓰레기로 뒤덮여 있고 파리 떼까지 왱왱거리며 또한 오르는 길도 없이 가파른 능골산을 오르는 것이 즐거운 산행이 되지는 못할 것이다. 나는 6년 전 여름.. 연금생활 2010.02.12
다시 시작하는 여정 -동상수상작- 퇴직을 한 지도 벌써 횟수로 6년의 세월이 흘렀다. 시간의 속도감은 여전하고, 나를 태우고 달리는 차창 밖 풍경들도 많이 바뀌었다. 결혼을 한 딸들은 못 보던 손자들을 하나둘 데리고 집을 드나들기 시작했다. 나는 휘하에 세 명의 손자를 거느리고 있었는데 승격되어 총 여섯 녀석들의 할아버지로 .. 연금생활 2010.02.12
남편같은 연금 -동상수상작- 그이가 먼 길 떠나가던 날 새벽, 병동 유리창에 하얀 서리가 얼어붙던 차디찬 겨울이었습니다. 그이를 닮은 낙엽들이 병동 뒤뜰에 하얗게 퇴색되어 죽어갔습니다. 당시 부산시청 사무관으로 재직하던 그이를 그렇게 떠나보내고 말았습니다. 애들 데리고 어떻게 살 것인지? 불면의 날들과 외로움이 소.. 연금생활 2010.02.12
선생님 간판이 보여요. 35여 년간 정들었던 교직생활을 퇴직이라는 이름으로 물러나 허송세월하고 있던 2001년 봄 어느 날, 아내가 가지고 온 ‘사군자반 신설’이란 시간표를 보고 소일삼아 배워 보고 싶어서 나가게 된 것이 복지관과 맺은 인연이었다. 주 1시간씩 수업 이외는 할 일이 없어 컴퓨터 연습실을 자주 드나들면서.. 연금생활 2010.02.12
개그만은 웃겨야 살지만 나는 웃어야 산다. -은상 한경희- 그때 나는 시커먼 강이 흐르는 황량한 벌판에 수많은 군상들이 쓰러질 듯 비척거리며 어디론가 걸어가는 것을 집 안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 살며시 열어보니 돌아가신 숙부께서 온몸이 시커멓게 된 채로 말없이 서 계셨다. 순간 나를 데리러 온 것 같은 두려움이 엄습.. 연금생활 2010.02.12
'바보 마누라'- 연금수기 금상 황덕중 내 아내가 키우는 화초 중에는 값진 것이 하나도 없다. 화초를 그렇게 좋아하면서도 돈 주고 사는 일이 별반 없다. 기껏해야 풍물시장에 5일장이 서는 날 이삼천 원짜리나 하나 정도는 사지만, 제법 근사한 화원에 가서 몇만 원씩 턱턱 내고 이름 있고 고급스러운 화초를 사는 일은 없다. 나는 이왕 화.. 연금생활 2010.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