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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초 이야기

항상 좋아요. 2009. 1. 16. 0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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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초 이야기  
 

2007년 4월 6일 사랑하던 아내가
뇌출혈로 쓰러졌다.
두 아들을 낳고 원칙주의자 남편인 나를
지금까지 아무 말도 없이 묵묵히
함께 살아와 준 아내...

아무런 말도 없이 쓰러져 중환자실에서
산소 호흡기로 숨을 쉬는 모습에 지난 세월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벌써 1년이 넘도록 중환자실에서
병실로 넘나들며 간병을 해온 나는 심신이
많이 지칠대로 지쳤다.

내 나이 55세가 무색할 정도로 마음은
이미 60이 넘은 것 같다.
설상가상으로 나도 심장혈관이 막혀
갈비뼈를 자르고 핏줄을 우회로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았다.

건강한 두 아들이 잘 자라준 것이 얼마나 고마운지...
나는 병원 수술 후유증으로 많이도 힘들고,
'죽음이 바로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차례 사선을 넘기도 했지만

그래도 나는 기본 건강이 있어
이미 퇴원을 하고 건강을 회복하여
마음껏 다니고 있다.

그런데...
이미 1년이 넘도록 집안에
아내 손때가 묻지 않은 모습은
마치 산골 오두막집에
사람이 살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하지만 창가에서만은 아내의 마음 냄새를 맡고 있다.
아내가 쓰러지기 전 사다놓은 사랑초 한 그루는
아내 병간호 때문에 제대로 돌보지 못하여서
거의 시들고 볼상 사납게 되어 버리려고 하다가
혹시나 하고 물을 꾸준히 주었는데...

6개월 후에 새롭게 싹이 나더니만
놀랍게도 왕성하게 자라나서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화분을 몇 군데로 옮길 정도로 번식을 하고
보통 때보다 꽃이 많이도 피어 내 마음이 다소나마
아내의 마음을 보는 듯 하여 기쁘기만 하다.

사랑초의 꽃말이
'당신을 끝까지 지켜줄께요'라는 말이라는데
내가 당신을 끝까지 지켜줄 수 있을지...

그런데...
1년 반이 지난 9월에 당신은 하늘나라로 갔다.
아내가 이미 숨을 거두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이것저것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장례 치르기에 바빴다.

나는 내 몸이 아니듯이, 내 마음이 아니듯이
3일장을 치르고 집에 왔다.

방에 들어서니...나 혼자다.
창가에 사랑초가 그리도 화창하게 피더니만
햇볕이 없는 이 한밤에 꽃망울이 오므라들고
고개를 있는대로 숙이고 있는 모습이
어찌 내 모습과 똑같은지...

그래도...
사랑초로 인해서 위안을 얻는 것은
사랑초에 관심을 갖지 않았을 때는
시들어 말라 죽어가지만

물을 주고 관심을 가지니 풍성하게 자라나는
모습 속에 이제부터라도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사랑초를 아끼듯이 많은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 김성복 (새벽편지 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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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사람들...
사연마다 모두 같은 내용들이
가슴에서 메아리 지고 있습니다.





-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사는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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