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력 저하, 치매의 초기 증상
가족이래야 달랑 셋, 집에서 밥 먹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아내는 골골해서 밥을 병아리 눈물만큼이나 먹고, 딸 내미는 다이어트를 한다고 밥 먹는 것을 보기가 힘듭니다. 다들 먹지를 않으니 혼자서 밥을 먹기가 멋쩍어 아침을 거른 지 오래되었습니다. 저녁이라도 오순도순 모여 먹으면 좋으련만 무슨 일들이 그리 바쁜지 가족들이 한자리를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제도 다른 날보다 일찍 집에 들어오니 찬바람만 횡 하니 반길 뿐, 사람 인기척이라고는 없습니다. 밥통을 열어봐도 밥 한 톨 없고, 냉장고 속은 냉기만 가득합니다. 그래도 가족들이 들어오면 혹시 밥을 찾을지 몰라 쌀을 씻어놓고 불을 붙일까 하다, 바로 한 밥이 맛있다는 말은 들어 알고 있는지라 가스 위에 솥을 올려놓고, 방에 들어가 컴퓨터에 앉아있으니 아침 녘에 올린 < 20년 만에 은행에서 받은 손님 대우> 란, 필자의 블로그 글이 블로거들의 관심 속에 추천인 수를 올리고 있어 정신을 놓고 있다 보니 어느새 날이 어두워 부랴부랴 가스에 불을 붙이고 밥을 해놓았습니다.
혼자 밥을 먹으려니 청승맞고, 처량한 생각까지 들어 구청에서 모집한다는 수필 한편을 마감하고나니 정말 배가 고팠습니다. 얼핏 생각해보니 아까 쌀을 씻어놓은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무심코 가스에 불을 붙이고, 욕탕에 널려있는 양말부지랭이들을 정리하고 보니 밥이 다될 것 같은 시간인데 압력밥솥에서 나야 하는 칙칙 거리는 소리가 나지 않았습니다. 물을 너무 많이 부어 죽밥이 되겠다 걱정을 하면서도 다된 밥을 또 한다고는 생각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이상한 짓을 하면, 자꾸 마음이 켕기는 것 같이 무언가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바람의 나라인지의 드라마에 빠져있는데, 아내가 들어왔습니다. 달그락거리며 상을 놓고 밥을 푸더니,
" 밥이 다 탔네"
하는 것이었습니다. 밥솥을 열어보니 밥이 누렇게 누룽지가 다 되어있었습니다. 순간 내 마음도 까맣게 타 들어갔습니다.
밥상을 물리자마자, 컴퓨터에 들어가 치매의 초기증상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기억력 저하였습니다. 두 손이 부르르 떨리고 눈앞이 캄캄해져 옴을 느꼈습니다.
참고 삼아 초기 증세에 대해서 좀더 언급을 하겠습니다.
옛일은 잘 기억을 하지만, 최근 일은 잘 기억하지 못하며, 건망증이 심해지면,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며, 식사, 목욕, 배설에 무신경하다. 대표적인 증상은 가스, 전기불을 켜놓고도 잊으며, 은행 같은데 가서도 현금지급기에서 카드만 가져오고 돈은 그냥 꺼내지도 않고 온다. 어쩌면, 필자의 일거수, 일투족을 보고 묘사해 놓은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불안하고 초조했습니다. 사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 생각을 하니 갑자기 찾아온 겨울의 낮은 기온이 을씨년스럽기 그지없었습니다.
진나라의 제3대 왕이며, 중국 최초의 황제인 진시왕이 늙어서 죽고 싶어 죽었겠습니까? 먹으면, 늙지도 않고, 영원히 죽지 않는다는 불로초를 구하려고 각양각처로 신하들을 보내 구한 신비한 약이 오늘날 알고 보니 상황버섯이었습니다. 지금은 암환자들이 마지막으로 구해서 먹는 버섯입니다. 그런데 AD 250년경에는 신선의 물품으로 형태와 색깔이 변화무쌍하여, 손으로 만지거나 잡을 수 없어 먹기만 하면, 천년, 만년 산다고 낭설을 퍼트렸으니 얼마나 죽기가 싫어 만들어낸 설화입니까? 김일성이 죽으면서 눈이 감겼겠습니까?
세상에서 용서해주는 거짓말 3가지 있습니다.
첫째가 처녀가 죽어도 시집을 가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가 상인이 장사를 하면서 밑지고 판다는 것이며,
마지막으로 용서되는 거짓말이 노인이 그만 살고 죽고 싶다는 말입니다.
건강에는 자신이 있어 병원 같은 곳에는 가본 일이 없어 건강보험료는 나와는 무관한 일인데 너무 많은 돈을 낸다고 생각했습니다. 치매, 어쩌고 하면, 평소에 얼마나 무책임하게 건강관리를 하면 그런 병에 다 걸리느냐? 비웃음을 던졌습니다. 그러나 세월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진리임을 이제 알 것 같습니다. 찬바람이 옷깃을 스며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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