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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축객서(諫逐客書)

항상 좋아요. 2009. 3. 7. 14:33

간축객서(諫逐客書)

 
   
진시황이 중국을 통일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한 이사(李斯)는 초(楚)나라 출신이다. 그는 진(秦)나라로 넘어가 재상 여불위(呂不韋)에게 발탁돼 객경(客卿)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타국 출신으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것이다. 그런데 한(韓)나라 출신 정국(鄭國)이란 이가 나라의 치수(治水)사업을 맡고 있었는데, 그가 한(韓)나라에서 파견한 첩자임이 밝혀졌다. 이에 훗날 진시황이 되는 정왕(政王)은 진나라에 있는 모든 타국 출신 관리들을 추방하라 명한다.

초나라 출신으로 축출 대상이 된 이사는 “태산은 한 줌의 흙도 사양하지 않음으로 그 높이를 이룰 수 있었고, 바다는 작은 물줄기도 가리지 않음으로 그 깊이를 이룰 수 있었다(泰山不讓土壤, 故能成其大 河海不擇細流, 故能就其深).”며 정왕에 글을 올린다. 인재를 등용할 때는 오직 그의 재주를 보고 판단해야 하며 이는 어떠한 백성도 물리치지 않음으로 그 덕망이 천하에 알려져 마침내 국토와 백성들은 늘어나고 나라는 흥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기(史記) 이사열전(李斯列傳)에 나오는 ‘간축객서’ 얘기다.

지난 1월 출범한 미국 오바마 정부는 ‘간축객서’에 입각한 인사정책을 폈다. 민주당 대통령 후보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힐러리 클린턴을 국무장관에 기용했고, 국방장관에는 부시 전 대통령과 함께 강경한 국방정책을 주도했던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을 유임한 것이다.

이에 비해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고소영 내각’ ‘강부자 내각’ ‘측근·보은 인사’ 등 인사 난맥상에 대한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당시 “실용의 시대정신에 입각해 조화와 협력, 글로벌 코리아, 경제 살리기를 정책기조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조화와 협력’이라는 포용의 가치를 살려 선진화를 이루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내일로 출범 1주년을 맞아 각 언론들이 전하는 민심의 평가는 차갑기만 하다.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한결같이 ‘잘했다’는 평가보다 ‘잘못했다’는 평가가 두배가 넘어서기 때문이다. 여기에 이 대통령의 인사정책이 잘못됐다는 의견이 70%에 달한다. 편중인사 논란이 민심이 돌아선 원인 중 하나인 셈이다. 새삼 ‘간축객서’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요즘이다.